마동석의 액션은 왜 특별할까. <범죄도시> 프랜차이즈를 견인한 마석도 형사(마동석)의 액션 연기는 기존의 액션영화와 무엇이 다를까. 어떻게 관객에게 종래와 다른 쾌감을 안겨줬을까. 이 질문들의 답에 다가가기 위해서 <씨네21>은 <범죄도시> 시리즈에 대한 영화적인 분석과 비평의 시간을 먼저 가졌다. 이제 더 필요한 것은 진짜 격투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복싱을 기반으로 한 마석도 형사의 액션이 왜 탁월한지를 실제 복싱선수, UFC(세계 3대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 해설위원, MMA(종합격투기) 파이터 등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첫 번째 요소는 ‘현실성’이었다. 전 프로복싱 한국 챔피언인 이규원 G복싱 관장의 말처럼 “합을 맞추기만 한 보여주기식 액션”이 아니라 “실제 복싱 시합을 보는 느낌의 액션”이 마석도 액션의 중핵이란 뜻이다. 전 복싱 국가대표 전력분석관인 이병규 복싱인사이드 대표 역시 “마동석 배우의 복싱 액션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은 ‘정통 복싱 테크닉’을 영화 액션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렸을 때 복싱선수를 준비했고 UFC 파이터들을 직접 트레이닝했으며 “지금도 국가대표나 프로복싱선수들과 주기적으로 스파링을 가지는”(차도르 UFC 해설위원, 격투기 전문 유튜브 채널 <차도르> 운영) 마동석 배우의 진가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범죄자들을 단 한주먹에 날려버리곤 하는 마석도의 액션이 단순히 통쾌한 영화적 허용이라거나 과장이 아니란 점이 가장 흥미롭다. 이 한주먹 안엔 실제 복싱의 현실적인 메커니즘들이 한껏 담겨 있었다.
마석도 액션의 현실성을 구현하는 디테일들을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범죄도시>의 세계에 적절히 안착한 실제 복싱의 기술들은 수없이 많다. 마석도가 종종 상대와 거리를 재며 던지는 가벼운 주먹은 “실제로 복싱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페인팅 동작으로 상대를 속이고 위축시키는 효과”(이병규 대표)를 낸다. “보디숏을 치기 전 상대방의 얼굴을 가볍게 치는 디테일”(이규원 관장)을 통해 마석도의 펀치는 매번 다른 리듬과 강약 조절을 얻게 된다. 이렇게 일종의 견제구를 던진 후에 “신체의 급소인 간장 부위를 정확히 타격하는 리버숏”(이병규 대표)으로 일격을 날리는 패턴은 복싱을 다년간 수련한 사람이 아니라면 흉내내기가 어려운 기술이다. 전문 복서에겐 “펀치 한방만 맞추면 무조건 실신 케이오를 낼 수 있는데, 그 정타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관건”이며 “이런 부분에서 마석도 복싱의 진정한 테크니션이 드러나는 것”(차도르 해설위원)이다. 마동석 배우는 “촬영 전에 액션의 과정을 완벽하게 구상한 뒤, 현장에선 두개의 액션만 추가하는 방식”(금광산 배우)을 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동석 배우의 프로덕션 역량이 마석도 액션의 정확한 테크니션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마석도 복싱의 전문성은 마석도의 타격 자세에서도 한눈에 드러난다. “마석도 형사는 어떤 펀치라도 그냥 팔만 뻗지 않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을 싣는다. 이 자세는 경력 10년 이상의 전문가에게만 가능한 동작”(이규원 관장)이다. 땅에 발을 딱 붙이고 육중하게 서 있는 마석도 형사의 익숙한 모습에서 복서들이라면 지녀야 할 상체와 하체의 안정적인 균형감을 엿볼 수 있다. 마석도의 몸엔 “하체(스텝)의 움직임과 허리(코어)의 힘을 그대로 쓰는 군더더기 없는 복서”(김형규 헤비급 복싱 국가대표)의 모습과 “강한 허리의 회전을 극대화하여 주먹의 힘을 최대화하는 스포츠과학의 비밀” (이병규 대표)이 담겨 있다. 이러한 코어 힘을 다지기 위해 과거 마동석 배우가 “야구 배트를 무한정 휘두르는 훈련까지 복싱 연습과 병행”(이병규 대표)했다는 점 역시 알아둘 법하다.
마석도 액션의 현실감은 비단 복싱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마석도의 전투 형태를 두고 복싱의 비율을 80~90%로 가늠했다. 김형규 국가대표는 “복싱 80%, 킥복싱 10%, 유도 10%”로 액션의 비중을 측정했다. 여기서 주안점은 복싱 외의 영역에서도 마석도 액션의 현실감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는 점이다. MMA 리그인 원 챔피언십의 권원일 선수는 “테이크다운(상대를 넘어뜨리는 무술의 기술)이나 업어치기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에서 마동석 배우의 액션 연구가 가감 없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범죄도시3>에서 실제 MMA 선수인 홍준영(극 중 마하) 선수와 전투할 때 나타난 “서로 주고받는 태클 방어와 주먹의 합은 액션영화인지 실제 경기인지를 방불케 했다”(권원일 선수)라는 평이다.
한편 마석도가 종종 보여주는 속칭 ‘싸대기 액션’ 역시 허황한 영화적 재미는 아니었다. 이규원 관장에 따르면 “미국 메이저 복싱 리그에서는 간혹 손바닥 공격”이 등장하기도 하며 “순간적으로 상대방의 리듬을 잃게 하고, 시야를 가리는 엄연한 복싱 기술”이다. 실전 경험이 없다면 싸대기의 거리를 제대로 잴 수 없다는 점에서 마석도의 현실성을 배가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범죄도시>에 출연한 격투가 겸 액션배우인 금광산 배우에 따르면 “마동석 배우가 복싱과 다른 기술들을 섞어 영화 액션에 적용하려고 들인 시간만 해도 5년”이 넘는다.
마동석 배우의 복싱 스타일은 자타 공인 ‘슬러거’에 가깝다. “다른 유형만큼 기술이 다양하진 않지만 펀치력으로 승부를 본다. 이를테면 조지 포먼과 마동석이 있다”라는 마동석 배우의 자체적인 설명처럼 ‘힘’ 그 자체를 중시하는 복서다. 더하여 차도르 해설위원에 따르면 슬러거란 “본인도 맞을 각오를 하고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 펀치를 꽂아넣는” 유형이며 “주먹이 아니라 철퇴를 휘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헤비급 슬러거의 맨손 펀치를 맞으면 “그대로 실신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 슬러거가 실전 격투를 벌이면 짧고 굵게 전투가 끝난다”(차도르 해설위원)라는 측면에서도 마석도 액션의 현실감이 충족되는 것이다. 즉 <범죄도시> 시리즈와 마석도 형사가 보여주는 특유의 통쾌함, 그리고 정의의 사도가 악인들을 한주먹에 물리친다는 명쾌한 권선징악의 서사는 마동석 배우의 슬러거 스타일과 아귀가 맞는 짝인 셈이다.
그러나 <범죄도시> 시리즈의 장점은 마동석 배우가 기존의 슬러거 유형만을 고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나온다. 1편부터 3편까지는 “마이크 타이슨처럼 속도와 파워를 겸비한 인파이터의 모습”(김형규 국가대표)이 있었고 4편에선 더 적극적으로 슬러거 스타일을 구사했다. 이처럼 유동적인 복싱 스타일의 변주는 “중량급인데도 경량급 수준의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 마동석 배우의 원초적인 복싱 실력”(이규원 관장)에서 나온다. <범죄도시3>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마석도 형사는 상대의 진입을 “슬립과 위빙(복싱의 회피 기술)으로 흘린 뒤 피벗(체중을 실은 한발을 축으로 몸을 회전하는 동작.-편집자)으로 사각을 잡아 카운터를 날리는”(차도르 해설위원) 전략의 복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다채로운 기술과 힘을 겸비한 마석도 형사와 대적하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이는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이후 <범죄도시> 시리즈에 등장할 빌런들의 모습을 예측해볼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우선 권원일 선수는 “마석도는 한명으로는 이길 수 없을 캐릭터”임을 못 박았다. 그러곤 “최소 2~3명의 MMA 선수가 규칙이 없는 싸움 환경에서 모래도 뿌리고 박치기도 하면서 지저분하게” 싸워야 마석도를 상대할 수 있겠다는 묘안을 덧붙였다. 이병규 대표는 “개방된 공간으로 끌고 와서 원거리 대결을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간 마석도와 메인 빌런과의 싸움은 버스, 경찰서, 비행기 내부와 같이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후 시리즈에선 넒은 들판에서 아웃복서 스타일의 다수 악역이 마석도를 괴롭히거나, 아주 지저분한 전투를 이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도 있겠다.
“액션 연기에선 맞는 것보다 때리는 게 훨씬 어렵다. 한번은 제대로 때렸다가 상대 코뼈가 골절되기도 했다”라고 회상한 금광산 배우는 “아무리 마동석 배우의 액션 연기를 분석해도 그를 대체하긴 불가”하다고 설명했다. 이병규 대표 역시 마석도의 등장은 “마동석 배우의 30년 넘는 복싱 경력이 영화를 만났기에 이뤄진 결과”라며 마동석 배우만의 고유함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액션영화들처럼 액션의 크기를 과장하지도 않고”(권원일 선수)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이규원 관장) 액션의 형태가 완성됐다는 뜻이다.
한편으로 전문가들은 복싱이란 분야가 관객들에게 편안한 현실감을 준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아저씨>에 등장한 ‘칼리 아르니스’ 같은 무술은 “일반 대중이 그 실전성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헤비급 복싱선수가 상대를 일격에 케이오시키는 장면은 모두가 익숙하게”(차도르 해설위원)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의 제반이 있다는 것이다. 이병규 대표 역시 “한국 사람들에게 친숙한 복싱 액션엔 복싱 외 무술에서 느껴질 법한 어색함이 덜할 수밖에 없다”라는 의견을 더했다. 즉 <범죄도시> 시리즈 속 마석도의 복싱(+@) 액션은 적절한 배우, 적절한 종목, 적절한 영화적 재미가 알맞게 들어선 총합이다. 한국영화는 대표적인 액션 스타의 부재, 액션영화 계보의 단절이 고질적인 빈틈으로 지적돼왔다. 정의의 슬러거 마석도의 등장이 의미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매력은 눈높이가 높아진 대중이 ‘리얼하다’라고 납득할 수 있는 정도의, 실제 경기에서 나올 법한 액션의 콤비네이션과 움직임이다. 이게 바로 마동석 배우의 독보적인 장점이다.”
“마동석 배우 액션의 핵심은 ‘간결함’이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에서 종종 등장하는 과장이 없고 현실성 있는 동작만을 깔끔하게 사용한다.”
“지금 한국엔 마석도 유형의 복서가 없고 실제로 구현하기도 힘든 영역이다. 마동석 배우가 복서였다면 복서로서도 역사에 한획을 그었을 것이다.”
“마석도의 움직임과 몸놀림은 조 프레이저, 마이크 타이슨을 연상시키고 한방 한방의 묵직한 펀치는 조지 포먼을 떠올리게도 한다.”
“마동석 배우의 액션은 무술의 합으로만 짜인 비현실적인 액션에서 벗어나 관객들에게 ‘나도 복싱을 배우면 저렇게 때릴 수 있겠다’라는 희망을 주는 현실적 액션이다.”
출처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4986&&utm_source=da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