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엔 거의 한권 통째로 마동석 특별판을 준비했다. 세계가 인정하는 작가감독도, 몇십년을 활동한 국민배우도 아닌데 갑자기 왜 마동석이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범죄도시>로 대표되는 ‘마동석 영화’는 그동안 <씨네21>이 관심 갖고 깊게 다뤄왔던 영역과는 거리가 있다. 만듦새와 무관하게 딱히 다양한 해석이 필요한 종류의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보이는 대로 보고, 화끈한 오락을 만끽한 후, 깔끔하게 극장을 나서면 되는 영화를 두고 굳이 복잡한 해석을 보태는 건 외려 재미를 반감시킨다. 심지어 이번에 개봉하는 <범죄도시4>는 시리즈 중 <씨네21> 역대 평균 평점보다 가장 낮게 나온 상황이 벌어졌다. 별점이 그저 참고 지표에 불과하다고 해도 아예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여러 의미에서 이번 마동석 에디션은 서로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씨네21>과 마동석의 만남은, 아니 그래서 더 필요했다. 이미 잘 알고 있어서 더 이해할 필요가 없는 것과 관심이 없는 건 엄연히 다르다. 잘 모를 수는 있다. 하지만 잘 모르면서, 혹은 그다지 알고 싶어 하지도 않으면서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비롯하여 이른바 대중상업영화 혹은 블록버스터란 딱지가 붙은 영화들이 직면하는 오해는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대중적이고 쉽다는 이유로 이미 잘 알고 있는 대상인 양 오해받아온 영화들이 있다. 단순한 것과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조율된 건 완전 다른 차원의 작업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구분해야 마땅한 것들을 적당히 섞어놓고, 상황에 따라 편한 대로 골라 쓰는 우를 범한다. 해마다 한국영화 비평 진단을 할 때 <범죄도시>만 흥행을 이어온 상황을 비판해온 나 역시 이런 게으름의 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범죄도시> 시리즈가 취향이 아니라고 느낄 순 있다. 하지만 그게 곧 <범죄도시>에 대한 평가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영화에 대한 좋고 나쁨은 주관적 판단이지만 <범죄도시> 시리즈만이 극장가에서 홀로 생존하는 건, 나쁜 상황이다. 두 가지 명제는 구분되어야 한다. 우리가 진정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대상이 아니라 상황이다. 역설적이면서도 재밌는 사실은, 상황을 올바로 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거다. 그게 지금 <씨네21>이 한국영화의 위기 한복판에서 마동석을 만나야 하는 이유다.
모두가 마동석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이미지로 소비 중이니까. 하지만 마동석에 대해서 진지하게, 제대로, 깊이 있게 이야기된 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간 <씨네21> 또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배우 마동석은 같은 얼굴로 천연덕스럽게 스크린의 평행우주를 관통 중이지만 영화인 마동석의 얼굴은 훨씬 다채롭다. 액션 아이콘이자 유능한 제작자이며 영리한 프로듀서. 이 책은 기록적인 흥행을 경신 중인 배우 마동석에 대한 상찬이 아니라 그동안 간과했던 면모를 향한 우리의 뒤늦은 질문이다. 마동석의 복싱 액션론을 <씨네21>에서 읽을 줄은 나도 몰랐다. 읽으면 읽을수록 그동안 마동석을 잘 몰랐다는 사실을, 이제야 안다.
출처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4938&utm_source=naver&utm_medium=news